당뇨
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건강증진의원 내분비내과 전문의 백영하 진료지원센터장
우리네 티비, 핸드폰에는 온통 음식들 뿐이다. 먹방, 요리 경연, 맛집 소개, 광고성 가득한 맛집 포스트, 릴스, 숏폼. 1차적 욕망만을 자극하는 그 도파민 가득한 시각적, 미각적 쾌락을 마주하지 않기가 너무도 어렵다.
우리의 일상 속 식습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극적인 문화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 우리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동양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췌장과 특유의 식습관이 결합되어 과도한 음식 소비가 당뇨병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예를 들어 밥, 빵, 설탕 등은 소화 과정을 거쳐 체내에서 포도당으로 전환된다. 이 포도당은 뇌와 근육 등 여러 조직에서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당은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영양소지만, 다른 영양소와 마찬가지로 부족하거나 과다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몸은 항상성을 통해 포도당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하지만, 이 균형이 깨지면 포도당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며 남은 포도당은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러한 상태를 ‘당뇨병’이라고 한다.
당뇨병 진단은 혈액 검사로 가장 정확하게 이루어진다. 진단 기준으로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 당화혈색소(HbA1c)가 6.5% 이상일 경우. 둘째, 공복 혈당이 126mg/dL 이상일 경우. 셋째, 경구 당부하검사(OGTT)에서 2시간 후 혈당이 200mg/dL 이상일 경우. 마지막으로,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다음, 다뇨, 체중 감소)과 함께 임의 혈당이 200mg/dL 이상일 경우다.
당뇨병이 있으면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소변의 양이 늘어난다. 또한, 에너지원으로 쓰여야 할 포도당이 체내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배출되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체력이 떨어지고 피로를 느끼며 체중이 감소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당뇨병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조기에 당뇨병을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혈당 검사를 통해 위험성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혈당을 체크하는 것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2023년 최신 당뇨병 가이드라인에는 당뇨병 위험도 체크리스트가 출판되었다. 본인의 해당 사항을 점수를 매겨 체크한후 5점 이상일시 당뇨병 위험이 높으므로 혈당검사를 시행해 보아야 하며, 8-9점은 5-7점보다 당뇨병 발생 위험이 2배, 10점 이상일 경우 3배 이상 높아진다는 점을 염두해두어야 한다.
당뇨병의 진정한 위험성은 합병증에 있다. 음식 섭취 후 혈당으로 전환된 포도당이 세포로 전달되지 않고 혈액에 남으면, 혈관과 신경에 손상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합병증인 당뇨병성 신병증이 발생하며, 심하면 만성 신부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신부전은 결국 투석 치료가 필요할 수 있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또 다른 합병증으로는 발의 말초신경 손상으로 인해 감각이 둔해지는 ‘당뇨 발’이 있으며, 이는 최악의 경우 발을 절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또한, 망막에 손상이 가면 시야 결손, 실명을 유발할 수도 있다.
당뇨병은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되기 전까지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합병증이 발병하면 이미 치료 시기를 놓쳤을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정기적으로 합병증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에게 운동은 필수적이지만,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저혈당을 초래할 수 있다. 식후 유산소운동은 식후 혈당 감소에 효과가 있어 평균혈당을 감소시키는 좋은 수단이다. 공복에 운동을 하거나 장시간 운동을 할 때는 저혈당에 대비해 간식이나 사탕을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 운동 시작전 혈당이 150 미만이라면 탄수화물 섭취를 권장하며, 혈당이 250 이상이 측정될 경우는 고강도의 운동을 지양해야 하며, 케톤체등 부산물 측정 시행을 요한다. 이는 담당의사와의 진료를 통해 해결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연유로 자가혈당 측정은 당뇨병 관리에 필수적이다.
지속적인 운동요법의 유지를 위해서 발 청결과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며, 발이 편안하고 잘 맞는 신발을 신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는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서 발에 상처가 나면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당뇨병 관리는 단순히 의사의 치료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적극적으로 자가 관리에 나서야 하는 질병이다. 규칙적인 자가 혈당 측정으로 혈당 변화를 기록하고 의사와 정보를 공유하면 더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특히 담당의와 식사방법을 공유하는 것은 중요하다. 장기적인 이득을 입증한 지중해식, 저지방식, 저탄수화물식 식사패턴등을 권장을 하며, 각자 개인에 따라 적절하고 궁합이 맞는 식단을 선호에 따라 적용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주의해야할 혈당 관리 방법 이라면 음식물 섭취시 탄수화물이 중복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쌀, 고구마, 감자, 떡, 빵, 면류 등은 모두 탄수화물이므로 한 번에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예상보다 빠르게 오를 수 있다. 또한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혈당 지수가 낮은 통곡물류가 혈당 관리에는 더 유리하다. 탄수화물류 섭취 전, 혹은 섭취와 함께 섬유질이 다량 포함되어있는 채소류등을 먼저 섭취하는 것은 식후 급격한 혈당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연유로 단순 당질류인 과일, 간식류들은 급격한 혈당 상승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합병증이 없는 한 단백질 섭취량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단기간의 고단백 식이는 간기능과의 연관성이 있어 지양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혈당 운동과 식사 조절로 혈당 관리가 어려운 경우,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변화없는 일상, 팍팍한 삶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질병이 생겼을 때 적절한 관리가 되지 않아서 생기는 안타까운 삶은 또 다른 문제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당뇨 전문의와의 주기적인 진료 및 상담이 필요한 이유이다.
모두가 다 건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두가 건강한 삶을 추구하며 산다면, 우리는 어느새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이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필자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다. 모두가 건전하고 건강한 습관으로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