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84

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2024-10-09     전북연합신문

 

토트넘의 손흥민이 두 경기 연속 도움을 작성했다. 9월 27일 새벽 4시(한국시간. 이하 같음.)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1차전 가라바흐(아제르바이잔)와의 원정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도우며 3대 0 완승에 일조했다. 후반 23분경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슈팅을 했으나 상대 골키퍼가 막아냈다.
다행스럽게도 동료 솔란케 앞으로 흘러 나온 공을 그가 차분하게 차넣어 상대 골망을 갈랐다. UEFA가 손흥민의 슈팅을 도움으로 인정했다. 손흥민은 9월 21일 브렌트포드전(3대 1 승)에서 2도움을 올린 이후 2경기 연속 도움 기록을 세웠다. 전반 7분 동료 라두 드라구신이 수비 반칙으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 10명이 싸운 결과라 의미가 더 컸다.
토트넘이 4년 만에 나선 UEL 첫 경기에서 승리해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손흥민이 세 번째 골의 기점이 된 슈팅 직후 허벅지 쪽에 이상을 느끼면서 그대로 그라운드에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결국 후반 26분 벤치 쪽을 바라보며 주장 완장을 푼 손흥민은 그대로 티모 베르너와 교체됐다.
손흥민은 경기 전날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들이 부상과 사투를 벌이는 걸 보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경기가 너무 많고 이동 거리도 길다. 선수 스스로 몸을 돌보기 힘들 지경이다”라며 “경기 수를 조정해야 한다. 정신ㆍ신체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뛰면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는 좀처럼 힘들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 손흥민이 최근 축구계 최대 이슈로 떠오른 선수단의 ‘혹사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소신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지 하루만에 손흥민이 쓰러졌다. 아직 정확한 부상 부위 등이 알려지진 않았으나 신체에 불편함을 느낀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손흥민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유로파리그 등 주요 대회에 전부 선발 출전했다. 솔란케ㆍ히샬리송 등 두 핵심 공격수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레프트윙은 물론 스트라이커로도 그라운드를 누볐다. 솔란케가 부상에서 돌아와 이달 중순부터 스트라이커 역할을 하고 있지만, 왼쪽 날개로 다시 옮겨 대체자 없이 계속 뛰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베르너ㆍ윌송 오도베르 등 대체 선수들에게 출전 시간을 많이 주진 않고 있다. 그만큼 손흥민을 믿는다는 뜻이지만, 특히 가라바흐전 같은 경우는 센터백인 라두 드라구신이 전반 7분 만에 상대 공격수를 막다가 곧바로 퇴장당해 그라운드에 남은 토트넘 선수들의 활동량과 체력 소모가 심하기도 했다.
이후 일정도 빡빡하다. 9월 30일 0시 30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원정경기를 치른 토트넘은 10월 4일 페렌츠바로시와 UEL 리그 페이즈 2차전을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동한다. 10월 7일엔 EPL 7라운드 브라이튼전을 갖는다. 이어 국가대표팀이 10월 10일 요르단 원정, 10월 15일 이라크와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손흥민의 부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다. 주장으로서 팀의 사기와 연결된 손흥민이 자칫 부상으로 빠진다면 그 여파가 커서다. 이미 말한 바 있듯 오만전(3대 1 승)에서 ‘1골 2도움’으로 활약해 홍명보호를 구한 손흥민은 팀내 구심점 역할도 하고 있다. 가뜩이나 각종 논란으로 어수선한 대표팀에서 손흥민이 빠진다면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한편 손흥민은 이동도 많다. 보도를 종합해보면 지난 5월엔 시즌 직후 25시간을 날아가 호주 친선 경기를 했다. 지난 9월 초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팔레스타인전과 오만전을 위해 한국까지 15시간 장거리 비행했다. 그런 뒤 다시 오만까지 경유 포함 15시간 비행 후, 7시간을 날아가 런던으로 돌아가는 강행군을 펼쳤다.
그예 손흥민이 부상으로 인해 맨유전에 결장했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결장한 것은 22개월 전 일이다. 2022년 11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안와 골절 부상으로 인해 두 경기 결장한 바 있다. 그만큼 손흥민은 큰 부상을 입지 않기도 했다. 작은 부상이 있더라도 참고 뛰었다. 팔에 붕대를 감고 뛴 적도 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엄청난 회복력을 보여주며 마스크를 쓴 채 경기에 나섰다. 결장한 맨유전도 손흥민으로선 조금의 고통은 참고 뛰려고 했을테지만, 앞의 기자회견에서 말했듯 로봇이 아닌 자신의 몸을 그렇게 혹사할 일이 아니다. 건강이 제일 중요한 것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는 만고불변(萬古不變)의 진리다.
어쨌든 손흥민 없이 토트넘이 얼마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된 맨유전이었던 셈인데, 제대로 성과를 냈다. 토트넘이 맨유를 3대 0으로 이겨 6라운드 기준 8위로 올라섰다. 9월 30일 오전 발표한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4차예선 선수 명단엔 손흥민도 들어있다. 부디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