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사랑 방정식(움직이는 고향)

무주군수 황인홍

2024-10-07     전북연합신문

 

사람에게는 누구나 고향이 있다.
狐死首丘(호사수구)처럼 태어난 곳을 숙명으로 여기며 그리워하는 제1의 고향이 있고 幷州故鄕(병주고향)처럼 오랜 세월을 살아서 정이 든 제2의 고향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 고향에는 수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향수(鄕愁)가 깃들어 있다.
고향에 있는 부모를 그리워하다는 뜻의 陟岵之情(척호지정)과 출세를 하여 고향에 돌아온다는 錦衣還鄕(금의환향)도, 또 고향 가족으로부터 온 편지가 더없이 반갑고 그 소식의 값이 황금 만 냥보다 더 소중하다는 의미의 家書抵萬金(가서저만금)도 모두 다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보통 고향이란 내가 나서 탯줄을 묻고 자란 곳을 말하지만,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유행가도 있고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고향도 마음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수필가 허세욱님의 「움직이는 고향」은 우리에게 고향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제시함으로써 고향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어머니의 품속 같은 고향은 우리가 간직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지만 동시에 항상 변화하고 움직이며 우리를 따라오는 것이어서 고향을 붙잡으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그 흐름에 맡기고 함께 움직이는 것이 진정한 고향 사랑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고향은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움직이고 변화하는 살아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태어남으로 숙명처럼 정해진 제1 고향이 있고 또 많은 세월을 마음에 두고 살아온 제2의 고향도 존재한다.
그리고 제1 고향이든 제2의 고향이든 고향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고향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인지상정(人之常情)인 것 같다.
이런 바람을 이뤄줄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고향사랑기부제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고향을 어떤 방식으로든 돕고자 하는 의사를 담은 것으로 적극적 실천 의지의 지역 발전 기여 제도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나 평소 각별하게 생각하는 제2의 고향에 기부함으로써 사회적 연대와 기부 문화 확산,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하는 소중한 사업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또 기부 과정에서 고향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답례품과 함께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해 기부의 가치를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이러한 고향사랑기부제의 성패는 지속 가능한 참여층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제1의 고향을 가진 고정층 확보와 더불어 움직이는 고향, 즉 제2의 고향을 가진 이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 지자체의 매력도 향상을 통한 사회적 참여의 장을 넓히고 답례품과 가격의 다양성, 그리고 공공시설 이용권 등의 확대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여기에 그 지역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더해지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또 기부자와의 지역 정보공유를 강화한다면 지역 문제를 해결할 중요 프로젝트도 추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부금의 필요성과 사용 성과에 대한 끊임없는 정보 제공으로 예비 기부자를 유치하는 프로그램도 중요해 보인다.
결국 고향사랑기부제는 더 큰 목표,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디딤돌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나누면 커지기 시작한다.
작은 것을 나누어 더 크게 만들고 그것을 다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나눔의 상호작용인 셈이다.
올 한해 고향 사랑 방정식을 잘 풀어내 자연특별시 무주발전의 온도를 뜨겁게 지펴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