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역대급 대출 증가에도 서민대출엔 인색
농협 등 국내 상위 5대 시중은행이 막대한 이자수익에도 불구하고 정작 서민금융지원에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적인 고금리 기조와 가계대출 급증에 따라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상태에서 은행의 막대한 수익에 대한 사회적 환원 및 서민금융지원 방책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간사인 강준현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이들 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의 새희망홀씨 대출잔액은 4조577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의 새희망홀씨 대출잔액 4조5116억원에서 단 658억원 증액에 그친 수치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연 소득 4000만원 이하 또는 신용등급 6등급 이하 등의 저신용 및 저소득 금융취약계층에 제공하는 대출 상품이다. 금리 범위도 5~10%대로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보다 더욱 저렴한 이자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대표적인 서민금융지원 대출 상품으로 꼽힌다. 대출의 주체는 은행이지만, 정부의 서민금융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란 점이 특징이다.
은행별로 지난해 대비 올 상반기 새희망홀씨 대출실적을 보면, 우리은행은 737억원, 국민은행 108억원, 신한은행은 437억원 증가에 그쳤다. 반면 하나은행 548억원, 농협은행 76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이자순익으로만 38조 4,828억원을 벌어들였고, 전년보다도 약 2조원이 더 늘어난 순익이었다는 점과 비교해보면 은행이 수익 대비 서민금융지원 대출에는 매우 인색하다는 비판이다.
한편, 5대 은행의 장기적인 고수익 구조는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8월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보다 9조 6259억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조9115억원이 늘었다. 5대 은행에서 해당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2016년 이후 시계열 가운데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을 기록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정책추진도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올해 3월, 은행권 새희망홀씨 공급 계획을 발표했는데 올해 새희망홀씨 공급목표를 지난해 대비 1300억원 증액으로 설정하는 데 그쳤다.
5대 은행의 경우 최근 3년간 연간 30조원 규모 이상의 순익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국내은행 전체로 보면 59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자 순익이 나타났는데, 그 추세에 비해 서민금융지원 규모가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강 의원은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몇 년째 이자순익만 수십조원을 기록하고 있는 은행들이 정작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서민금융상품에는 매우 인색하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서민과 금융취약계층을 구제하기 위해서 은행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정부 및 금융당국의 더욱 적극적인 서민금융지원 정책 장려가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