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 한국 저출산 문제 훈수
허성배 주필
얼마 전 미국 CNN 방송은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보도했다.
한국정부가 저출산을 해소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문제 해결이 난망하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지난 3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9명을 기록하여 대체출산율인 2.1명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한편 세계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CNN이 진단한 한국사회 저출산의 원인은 첫 번째, 경제적 요인이다.
가파른 주거비 상승과 교육비 부담이 청년의 주거문제로 이어지고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우선 주거비용과 관련해서 부동산 투기 문제를 짚을 수 있다. 부동산 투기를 통해 형성된 거품이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만들었고 시장을 불신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수도권의 주거비용이 과부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어서 교육비 부담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은 전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녀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아시아 유교문화의 전통과 교육을 통해 입신양명하는 역사적 전통이 어우러진 결과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때 앞사람이 일어나면 뒷사람도 일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은 모든 사람이 서서 영화를 관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사교육을 지양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해 나갈 때 비로소 국민들의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게 되고 명실상부한 전인교육도 이루어질 수 있다.
CNN이 지적한 두 번째 원인은 사회적 요인이다. 즉, 한부모 가정에 대한 인식, 전통적이지 않은 관계에 대한 차별, 여성의 가사부담, 남성이 육아에 참여하기 어렵게 만드는 기업문화 등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사무실 문이 닫혀도 업무가 끝나지 않는다고 하며 “퇴근 후에는 팀 빌딩(team building) 문화에 있는데 여기에 참석하지 않으면 눈치를 받는다”고 전했다. 회식문화를 꼬집은 것이다. 직장에 올인(all-in)하게 하는 문화가 번아웃(burn out)과 여유 고갈로 이어지고, 이는 가정생활에 영향을 주게 된다.
CNN이 지적한 경제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은 모두 수긍이 가는 내용이다. 특히 교육비 부담과 사교육 과중은 우리나라만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자녀가 성년이 되면 독립하는 경향이 짙은 서구에 비해 우리나라는 더욱 오래 자녀양육의 부담을 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손자·손녀 육아까지 부담하는 경우가 흔하다.
문제를 진단하면 대책을 찾을 수 있다. CNN의 진단이 정확하다면 다음과 같이 대책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첫째, 과도한 경쟁문화를 해소하자. 적절한 경쟁은 효율성과 성장을 가져오지만 과도할 경우 긍정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교육현장, 직장 등에서 적정한 수준으로 경쟁을 조정하고 심리적 여유를 확대하자.
둘째, 가족문화의 다양성 인정이다. 한부모 가정, 동거 가정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제도적, 문화적 차별을 줄여나가야 한다. 유럽의 경우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라떼파파가 많아지면서 합계출산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두었다. 이를 위해 부부가 사용하는 육아휴직의 일정 기간은 남성이 사용하도록 제도적으로 할당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지자체에서 대응하기 보다는 국가가 대응해야 할 국가적 문제이다. 즉,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당장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사회구조와 제도를 바꾸어 나가야 할 장기과제이다. 지금 행동에 나서면 10년 후의 한국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