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손흥민62
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10월 A매치 평가전을 마치고 소속팀으로 돌아간 월드 클래스 손흥민이 리그 7호골을 쏘아 올렸다. 10월 1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의 평가전에 이은 연속골이다. 부상 여파로 10월 13일 열린 튀니지전에 결장한 손흥민은 베트남전 후반 15분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황희찬과 원투패스를 주고받은 뒤 논스톱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갈랐다.
A매치 38번째 득점을 기록한 손흥민이 토트넘에 복귀해 처음 치른 경기는 10월 24일 04시(한국시간. 이하 같음.)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023~2024시즌 9라운드 풀럼전이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A매치에서의 기세 이어가기를 확실히 보여줬다.
전반 36분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왼쪽 윙어로 뛴 히샬리송의 패스를 받아 전매특허라 할 오른발 감아차기로 선제골을 터뜨린데 이어 후반전에는 올 시즌 첫 도움까지 기록했다. 손흥민은 후반 9분 페널티박스 앞에 있던 제임스 매디슨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매디슨은 오른발 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 주장과 부주장이 만든 합작골이다.
손흥민은 전반 선제골과 후반 어시스트로 두 골에 모두 관여하는 준수한 활약으로 팀의 2대 0 승리에 기여했다. 손흥민은 후반 37분 교체돼 나왔다. 이로써 토트넘은 이번 시즌 리그 7승 2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단독 선두(승점 23) 자리를 되찾았다. 아직 초반이라곤 하나 지난 시즌 8위에 그쳤던 토트넘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리그 7호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10월 26일 현재 EPL 득점 1위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9골)을 2골 차로 추격, 살라(리버풀)와 함께 득점 공동 2위에 올랐다. 갑자기 득점왕 경쟁에 뛰어든 모양새가 되었다. 손흥민은 올 시즌 9경기에 출전해 7골을 기록, 경기당 0.78골을 기록 중이다.
스포츠서울(2023.10.25.)에 따르면 손흥민은 지난 2021~2022시즌 득점왕을 차지했을 때 경기당 평균 0.66골(35경기 23골)을 기록한 바 있다. 즉 현재 골 시계가 지지난 시즌 커리어 첫 골든부츠를 수상했을 때보다 빠르다는 얘기다.
또 지난 9경기에서 손흥민은 26개의 슛을 시도했고, 절반인 13개를 유효 로 만들어냈다. 유효 슛 대비 득점률이 54%에 달한다. 두 시즌 전 득점왕 시절 땐 유효 슛(49개) 대비 득점률이 47%였다. 이 역시 현재 수치가 더 높다. 손흥민의 득점왕 경쟁이 거론되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부진을 말끔히 털어낸 폼이라 반갑다.
9라운드 풀럼전 득점은 손흥민의 EPL 통산 110호 골이기도 하다. 한국일보(2023.10.25.)에 따르면 라이언 긱스(109골)를 넘어 에밀 헤스키와 함께 EPL 통산 득점 공동 26위에 자리했다. 이런 활약으로 손흥민은 팬 투표에서 최우수선수인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됐다. 이번 시즌 해트트릭을 작성한 번리전과 선제골을 넣은 리버풀전에 이은 세 번째 영광이다.
손흥민은 EPL 사무국이 선정하는 ‘이주의 팀(베스트11)’에도 뽑혔다. 4라운드 번리전, 6라운드 아스널전, 9라운드 풀럼전까지 이번 시즌 벌써 세 번째다. 그만큼 괄목할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손흥민이다. 오히려 유럽대항전을 뛰지 않고 리그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게 손흥민이 예전의 ‘미친’ 폼을 되찾은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자연스럽게 감독을 비롯 현지 매체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영국 토크 스포츠를 통해 “더 말할 필요 없이 정말 뛰어난 선수다. 그는 매 경기마다 보여주고 있다”며 “한 인간으로서 손흥민은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극찬했다. 손흥민의 도움으로 골맛을 본 매디슨은 “월드클래스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BBC방송은 “손흥민은 케인의 빈자리를 잘 메우고 있다. 토트넘 공격 중심에서 다시 한번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고 호평했다. 잉글랜드 레전드 제이미 캐러거는 스카이스포츠 방송을 통해 “우리는 EPL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을 오랫동안 보고 있다. 손흥민은 정말 센세이셔널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축구통계전문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8.91점, 풋몹은 8.7점으로 양팀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런데도 손흥민은 구단을 통해 “동료 선수들이 도와줘서 한결 쉽게 그 자리(스트라이커)를 소화하고 있다”며 공을 돌렸다.
그뿐이 아니다. 10월 13일 EPL 사무국은 손흥민이 9월 ‘이달의 선수’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달의 선수상’ 수상자는 EPL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팬 투표 및 전문가들의 표를 합산해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손흥민 개인 통산 4번째이자, 지난 2020년 10월에 이어 3년 만의 수상이다.
스타뉴스(2023.10.13.)에 따르면 손흥민은 2016년 9월(4골 1도움)과 2017년 4월(5골 1도움), 그리고 2020년 10월(4골 2도움)에 ‘이달의 선수상’을 각각 받았다. 이로써 손흥민은 티에리 앙리와 앨런 시어러·데니스 베르캄프 등 세계적인 EPL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가 됐다. 여느 시즌보다 흥미진진해진 월드 클래스 손흥민의 활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