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 살리는 심폐소생술, 망설이면 늦습니다

조중설 전주덕진소방서 방호구조과장

2023-10-26     전북연합신문

 

심정지는 예고 없이 불시에 찾아온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고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시기에는 더욱 많은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는데, 심정지 환자의 소생을 위해서는 초기 응급처치가 가장 중요하다.
심정지가 발생한 뒤 1분 이내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면 생존율은 95% 가까이 되지만, 심정지 골든 타임이라 불리는 4분을 경과하게 되면 뇌에 영구적인 손상이 시작되며, 생존율은 점차 떨어지게 된다. 신속하게 119로 신고한다 하더라도 구급대원이 출동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최소 5분 이상이 소요된다. 이런 이유로 심정지 환자를 소생하는 데는 무엇보다 최초 목격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인인 최초 목격자가 망설임 없이 심폐소생술을 하기에는 마음에 큰 의구심이 생긴다. 내가 실시한 심폐소생술이 오히려 환자의 상태를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와 나의 심폐소생술로 오히려 나에게 법적 책임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선의의 구호 행위를 보호하기 위해 2008년 6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선한 사마리아인 법’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이 조항으로 인해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라면 즉, 선의로 구호 조치를 했을 경우라면, 형사 책임은 감경 또는 면제되는 조항이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심폐소생술 시작하기를 권장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심폐소생술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심정지로 쓰러진 환자를 발견한다면 쓰러진 환자의 어깨를 두드려 보고 환자의 움직임 등 반응을 확인한다. 만약 의식이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119에 신고 후 119 상황실 대원의 안내에 따라 가슴 압박을 시작한다. 상황실 대원이 음성과 영상으로 심폐소생술 방법을 아주 상세히 안내해 주니 별도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전화를 끊지 않고 통화하면서 심폐소생술을 계속한다.
심폐소생술은 ‘가슴압박 30회와 인공호흡 2회’의 비율로 시행하지만, 인공호흡이 어렵거나 부담스럽다면 가슴압박만으로도 효과는 충분하다. 가슴압박은 가슴 중앙, 즉 명치에 손가락 두마디 정도 위에 깍지 낀 두 손의 손꿈치를 대고, 양팔을 쭉 편 상태에서 체중을 실어 환자의 몸과 팔이 수직이 되도록 압박한다. 이때 압박 속도는 성인을 기준으로 1분당 100~120회 가슴이 5cm 깊이로 눌릴 정도의 강도로 압박하면 된다. 압박은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진행한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심정지 발생 장소는 가정이 45.3%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소중한 내 가족의 생명을 구하는 데 내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는가? 내가 배워 내 가족을 살리고, 내 가족이 배워 나를 살리는 심폐소생술, 정확히 익혀 망설이지 말고 자신있게 실시해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