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에 물혹이 있어요
한국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강경석 건강증진의원장(산부인과 전문의)
아침에 진료를 시작하면 첫 번째로 맞이하는 초음파 검사의 많은 부분을 자궁근종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자궁근종이 산부인과에서 가장 흔한 질환의 하나이며, 많은 여성이 관심을 가지는 대상이라는 이야기이다.
과거 본 칼럼란을 통해 자궁경부암과 비정상 자궁출혈에 대해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오늘은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자주 마주하는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검사받으시는 분들의 병력을 물어보면 흔히 자궁에 물혹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물혹’이라 함은 보통 난소에 생기는 액체 또는 물이 들어 있는 혹(낭종)을 말하고, 자궁의 혹은 자궁의 근육에 생긴 고체 성분의 종양이기 때문에 물혹이라 하지 않고 근종이라고 한다.
자궁근종은 주로 가임기 여성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서, 35세 여성의 40~60%에서, 50세 여성의 70~80%에서 존재할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건강관리협회에서도 전체 검진자의 2/3 정도에서는 자궁근종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위의 연령별 발생빈도에서 보는 것처럼 자궁근종이라는 것이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노화 과정(aging process)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우리 몸에서 평활근(smooth muscle)에 발생하는 종양을 근종이라 하는데, 자궁의 평활근에 발생하는 양성종양이 자궁근종(Uterine Myoma)이다. 발생 부위에 따라서 자궁의 근육층 내에 발생하는 근층내 근종이 가장 많고(전체의 80%를 차지), 자궁의 겉 부분에 발생하는 장막하 근종(15%), 자궁내막 근처에 발생하는 점막하 근종(5%)이 있다. 그 외에 자궁경부 근종, 드물게 자궁인대 근종도 있다. 대부분은 원인불명이지만, 유전적(가계적) 요인, 인종적 요인(흑인에서 발생빈도가 높다)이 존재하며, 나이가 많을수록, 분만의 경력이 없을수록, 비만일수록 발생빈도가 높다.
증상으로는 ▲무증상이 대부분이나, ▲증상이 있다면 출혈과 통증이 주된 증상이다. 그러나 이들 증상은 많은 다른 산부인과 질환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자궁근종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고 각 질환에 대한 감별이 필요하다. 출혈 증상으로는 월경과다 및 월경이 아닌 시기에도 자궁출혈이 있고, 통증 증상으로는 월경통 및 월경이 아닌 시기에도 복부 통증 또는 불편감이 있다. ▲그 밖에도 근종이 커져서 주변 장기를 압박할 경우 앞쪽의 방광을 압박하면 빈뇨, 뒤쪽의 직장을 압박하면 변비가 발생할 수 있고, ▲급성으로 많은 양의 출혈이 있거나 적은 양이라도 만성적인 출혈이 지속되었을 경우 빈혈이 발생한다. 따라서 여성에서 내과적 원인 없이 빈혈이 발생하였다면 자궁근종 등 산부인과 질환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된다.
치료의 방법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무증상이고 크기가 크지 않은 자궁근종은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크기의 변화와 증상의 유무를 확인하는 기대요법을 실시한다. 특히 자궁근종은 호르몬 반응성 종양이기 때문에 여성 호르몬의 생산이 정지되는 폐경기에 접어들면 줄어드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폐경기 근처이거나 폐경 이후로서 크기와 증상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근종은 추적 관찰을 시행한다.
내과적(약물적) 방법으로서 생식선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GnRH) 작용제 또는 길항제를 사용하는 수도 있다. GnRH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하여 인위적으로 에스트로겐의 혈중농도를 저하하면 근종의 크기를 40~60%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의 경우 약 반수에서 수개월 이내에 근종이 다시 성장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으며, 근종의 크기가 큰 환자에서 자궁(생식능력)의 보존이 필요한 미산부라든지, 근종이 너무 커서 수술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 수술 전 근종의 크기를 감소시킬 목적으로, 또는 폐경이 가까운 여성에서 수술적 치료의 대체요법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소극적인 방법으로 프로게스테론을 분비하는 자궁내 피임장치(미레나 등)를 사용하기도 있다.
그러나 약물적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 크기가 큰 근종, 통증이나 출혈이 심하고 지속되는 경우, 악성이 우려되는 경우(폐경 전 크기가 급속히 커지거나 폐경 후에도 크기가 커지는 경우), 난소종양과 감별이 어려운 경우 등에서는 수술적 치료를 결정한다. 수술의 방법으로는 전자궁적출술과 근종만을 제거하는 근종절제술이 있다. 수술의 경로로는 과거 개복수술을 많이 실시했으나, 요즈음은 수술 기술의 발달로 복강경이나 자궁경을 통한 수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근종절제만 실시한 경우 30~40%에서 근종이 재발하며 임신 시 자궁파열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제왕절개분만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적 치료보다는 비침습적인 방법으로서, 자궁근종으로의 혈액 공급을 차단하여 근종의 퇴축 또는 괴사를 유발하는 자궁동맥 색전술이 있고, 아직 확정된 치료법은 아니지만 또 하나의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HIFU(하이푸, 고강도집속초음파) 시술도 있다.
지금까지 자궁근종에 대해서 살펴봤는데, 자궁근종과 비슷한 임상 양상을 가지고 있고 자궁근종과 공존하는 경우가 많은 자궁선근증(Adenomyosis)에 대해서 추가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조직학적인 정의를 말한다면, 자궁근종은 자궁의 평활근에 종양이 발생한 것이고, 자궁선근증은 자궁의 근육층 내에 자궁내막 조직이 침투해 있는 것을 말한다. 임상적으로는 자궁의 벽이 두꺼워지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나 CT를 통해서 보면 자궁이 전체적으로 커져 있거나 부분적으로 팽창되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궁근종은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영상 검사를 통해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나, 자궁선근증은 확실한 형태 없이 자궁의 벽이 두리뭉실하고 불분명하게 두꺼워진 모습만을 보게 된다. 그러나 때때로 이러한 자궁선근증에서도 어느 부분이 혹처럼 형태를 띠고 있어서 마치 자궁근종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자궁선근종(Adenomyoma)이라고 부른다.
자궁선근증 역시 정확하게 밝혀진 원인이 없고 대개 40대 이상의 여성에서 발생한다. 증상은 자궁근종처럼 무 증상인 경우가 많으며, 증상이 있는 경우 만성 골반통(77%), 과다월경(40~60%), 생리통(15~30%) 등의 증상이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생리통이 가장 주된 문제로 등장하기 때문에, 비수술적인 치료에서는 통증의 조절이 주된 항목이 된다. 이를 위해서 소염진통제를 처방하기도 하고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요즈음에는 프로게스테론을 분비하는 자궁내 피임장치(미레나 등)를 삽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에 있어서 효과가 상당함을 본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방법들이 효과가 없을 경우 수술적 방법을 고려하는데, 자궁근종은 명확한 형태를 띠고 있어서 근종 절제수술로만으로 끝날 수 있으나, 자궁선근증은 명확한 혹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체 자궁 적출을 고려해야 하며, 따라서 이런 면으로 본다면 자궁선근증이 자궁근종보다 고약한 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 모두 수술의 결정은 어려운 일이다. 수술을 통해서 그동안 고통스러웠던 상황에서 해방되고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나, 수술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상실감 등을 생각한다면, 환자 본인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의사의 입장에서도 수술의 선택은 항상 고민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