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집중력의 승리…수비불안·체력부담이 걱정
힘겨운 승리였다.
홍명보호가 우즈베키스탄에게 신승하며 24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우즈벡의 강한 압박과 밀집수비 속에 해답을 찾지 못하던 한국은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동점골까지 내줘 16년 전 히로시마에서의 악몽이 재현되는 듯 했다.
그러나 연장전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두 골을 기록, 결국 승리를 거두면서 아시안게임 금메달 전선에서의 발걸음을 이어갔다.
지난 중국전에서 보여줬던 뛰어난 경기운영 능력 및 공격력은 우즈벡전에서도 이어졌다.
한국은 전반 초반에 터진 골로 일찌감치 기선을 제압하면서, 거친 수비 및 압박으로 일관한 우즈벡을 리드했다.
우즈벡 선수들의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불필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으나, 노련하게 이를 극복하면서 결국 연장전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를 이끌어냈다.
요르단(4-0), 팔레스타인(3-0), 중국(3-0)전 등 3경기에서 10골을 넣으면서 살아난 공격력도 십분 발휘됐다.
지난 중국전에서 맹활약했던 박주영(25. AS모나코)은 우즈벡전에서도 승리를 결정짓는 오른발 결승골로 제 몫을 다해냈다.
지동원(19. 전남)과 함께 선발출전한 박주영은 상대의 밀집수비에 쉽사리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박주영은 구자철(21. 제주), 김정우(28. 광주), 조영철(21. 알비렉스 니가타), 김보경(21. 오이타 트리니타) 등 2선에 포진한 동료들에게 부지런히 찬스를 열어주면서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선제골 이후 밀집수비를 뚫지 못한 부분과 한 순간의 방심으로 동점골을 허용한 수비 집중력 부분은 앞으로 준결승과 결승전 등, 더욱 험난한 일정과 마주할 홍명보 감독(41)이 해법을 찾아야 할 대목이다.
한국은 홍정호(21. 제주)의 선제골 이후 우즈벡이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자 템포를 늦추면서 공방전을 이어갔다.
이 부분에서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는 지속적인 공격이 계속됐지만, 쉽게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짧은 패스를 앞세운 공간 활용이 필요한 시점이 아쉬웠다.
점유율과 수적 우위 속에 상대가 빠르게 체력적 부담을 느끼면서 일찌감치 무너진 것이 승리의 요인이라고 꼽을 수 있을 만큼,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박주영의 파트너로 나섰던 지동원이 상대의 압박에 고전하면서 제 실력을 발휘해주지 못한 것도 걸린다.
지동원이 조별리그와 16강전을 치르면서 플레이 스타일이 상대 수비수에게 노출된 만큼,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새로운 패턴을 연구해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
상대 공격수의 순간 스피드와 압박에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찬스를 내준 것도 개선되어야 한다.
후반 26분 우즈벡에 내준 동점골은 신광훈(23. 포항)이 조금 더 집중력을 발휘했더라면 굳이 내주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조별리그부터 16강전까지 열흘간 4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가운데 우즈벡과 연장전까지 치르면서 힘을 쓴 것도 준결승을 앞둔 한국에 우려되는 대목이다.
다행히 준결승은 나흘 뒤인 23일 오후 펼쳐질 예정이어서 피로 회복에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난적 우즈벡을 제압한 홍명보호의 항해에는 순풍이 불 전망이다. 체력적으로 가장 부담이 클 시기에 격전을 승리로 이끌어내면서 자신감 또한 크게 올랐다.
그러나 4년 전 도하대회의 아픔을 잊어서는 안된다. 준결승 상대 아랍에미리트(UAE)는 중국, 우즈벡에 비해 한 수 아래의 상대로 평가되지만, 금메달 탈환이라는 목표를 이뤄내기 전까지 만만한 상대는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