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VAN사들 영세상인 울린다

유선전화 카드결제 한번에 3분 통화료 부과… 유명무실 '1639 할인 요금제' 이용자 無 연 90억 낭비

2018-01-17     서윤배 기자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가입돼 있는 유선전화 카드결제처리서비스의 ‘할인 요금제'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2년 정부와 통신사가 카드 결제 시 전화망을 이용하는 사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1639 전용 국번을 새로 만들고 ‘할인(절약형) 요금제’를 실시했지만, 출시 5년이 넘도록 이를 이용하는 상공인들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통신사의 신용카드 결제호처리서비스 관련 요금제 현황 및 요금제별 가입 규모(2017년 12월 기준)’를 분석한 결과, 카드 결제 시 1건 당 26.4원이 부과되는 '1639 할인 요금제' 대신 1건 당 42.9원으로 16.5원이 더 비싼 기존 요금제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KT,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LGU+, 세종텔레콤, KCT 등 6개 통신사 등의 요금제는 카드를 한번 긁을 때마다 3분간 통화하는 유선전화 요금이 부과되는 기본형 요금제(42.9원)와 1639 전용 국번으로 연결되는 할인형 요금제(26.4원)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대부분 인터넷 망이 깔리지 않은 재래시장 점포 등의 영세 소상공인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에만 급급한 통신사와 카드 결제대행사(VAN사)의 영업 행태로 인해 상인들 대부분이 할인요금제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선전화 카드결제 서비스'의 연 매출 규모는 240억 원 대로 추산되고 있다. 만약 2012년 도입된 ‘할인 요금제’가 제대로 시행됐다면 영세 자영업자들의 쌈짓돈이 매년 90억 원 가량 절약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기본 요금제와 할인 요금제 모두에 동일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면,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저가 요금제’가 제공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신용카드 결제 시 발생하는 통신비 절감을 위해 정부 차원의 실태파악을 통한 일괄적 할인요금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2008년 12월 국세청에서는 현금영수증·신용카드 발급 급증에 따른 사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및 통신업체와 협의해 ‘현금영수증·신용카드 발급 시 발생하는 전화요금(1건당 39원)인하’를 추진했으나, 2009년 1월 KT만이 1건당 39원에서 29원으로 전화요금 인하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카드 결제 시 통화시간은 3분 보다 짧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 대선을 앞둔 2012년 7개 유선통신사업자들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24원 이하의 ‘할인 요금제’ 도입을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