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오인출동을 줄여주세요.

고창소방서 현장대응단 지휘조사팀장 이준래

2016-12-18     이준래

농촌은 내년 농사를 위해 논과 밭 주변을 정리할 시기다. 이때 콩대, 고춧대, 깻대 등 수확 후 남은 부산물을 태우기도 하며, 병해충 방제 등을 목적으로 논·밭두렁을 태운다.
 
논·밭두렁 태우기는 1970년대 벼의 물무늬잎마릎병, 벼 오갈병을 매개하는 애멸구, 끝동매미충 등 해충의 발생을 막기 위해 권장기도 했으나 이후 논·밭두렁 태우기가 실제 병해충을 방제하는 효과가 거의 없고 해충을 먹이로 하는 거미 등 천적을 더 많이 죽이게 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농촌에서는 논밭두렁 태우기 등 논과 밭 주변에서 여러 가지 소각행위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8월경 고창군 주곡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는데 마을 주민이 논 주변에서 쓰레기를 소각하고 있었다. 쓰레기를 소각 중이던 마을 주민은 출동한 소방차에 놀라고 많은 소방차에 또 한번 놀라며 이것 조금 태우는데 왜 이리 소방차가 많이 왔냐고 했다. 화재상황은 현장에 도착하지 않고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리고 현장에 도착하더라고 화세가 어떻게 변할지 장담하기 어려워 기본적으로 화재현장은 6~7대 이상의 소방차량이 출동하게 된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이 같은 화재 오인출동은 최근 3년간 도내 2,705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중 상당수가 연막소독이나 쓰레기소각 등을 화재로 오인하여 출동한 것이며, 이로 인해 우리의 귀중한 혈세가 낭비되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때 다른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출동이 늦어지는 것이다. 화재진압은 시간과의 싸움인데, 초기 화세는 1분 1초가 지남에 따라 급격히 확대된다. 이 때문에 소방서에서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불법 주정차 단속 등 소방통로확보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초기소화에 효과적인 1가정 1소화기 갖기 등 안전문화 조성에 적극 힘쓰고 있다.
 
또한 오인출동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2016년 8월 12일자로 전라북도 화재예방 조례가 일부 개정되었다. 주요 요지는 화재로 오인할 만한 불을 피우거나 연막소독을 할 경우 그 행위 전에 일시·장소 및 사유 등을 구두(전화 포함), 서면(팩스 포함)을 이용하여 119 또는 관할 소방서에 신고해야할 대상에 산림인접지역과 논과 밭 주변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2017년 1월 1일자로 시행하게 되는데 이제 시행일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산림인접지역과 논과 밭 주변에서 불을 피울 때는 반드시 소방관서에 신고하여 불필요하게 소방차가 출동하지 않도록 하자. 만약 신고를 하지 않고 불을 피운 것이 화재로 오인되어 소방차가 출동하면 내년부터 2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산림인접지역(산림과 100m 이내 지역)은 산불에 취약하여 불을 피우는 행위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산불확산 방지조치를 철저히 하고 시장, 군수등에 허가를 받은 경우 예외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따라서 산림인접지역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는 먼저 허가를 득한 후에 119에 신고해야 한다. 만약 허가를 받지 않고 불을 피우면 산림보호법에 따라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와 전북화재예방조례에 따른 2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산림인접지역과 논과 밭 주변에서 소방관서에 신고하고 불을 피울 때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불꽃·불티는 화재의 상승기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수백미터를 날아가 화재를 확대시킬 수 있으므로 바람이 없는 오전에 실시하는 것이 좋다. 또한 다른 곳으로 화염이 옮겨 갈 우려가 있는 곳은 경계지역의 풀을 일부 제거하거나 조금씩 태워가며 소각하고 불꽃이 완전히 꺼진 것을 확인 후 자리를 떠나야 한다.
 
이렇게 조심하며 불을 피워도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데 주변에 농약살포기 등에 물을 채워 놓고 대비하거나 마을단위 공동소각을 통해 여러 사람이 함께 한다면 보다 안전한 소각이 이루어 질 것이다. 산불이나 들불화재의 인명피해는 대부분 혼자서 무리하게 불을 끄던 중에 발생한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우리 속담에 작은 것을 얻으려다 잘못하면 큰 것을 잃는다는 뜻으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산림 및 논과 밭 주변에서 불을 피우기 전에 반드시 119 및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여 불필요한 소방차가 출동하지 않도록 당부하며, 불을 피울 때는 철저한 준비와 대비로 산불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