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으로 충만한 비는 오만과 ‘자뻑’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 “나조차도 이 영화를 봤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아니어서 굉장히 만족했다”는 소감이다. “단 한 장면도 가수로서의 비나 실질적인 정지훈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남이 해줄 법한 말들이다. 칭찬 수준을 넘어 과찬, 찬사에 가까운 평가를 스스로에게 내리는 배우는 매우 희소하다. ‘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가 살아 돌아온다해도 차마 제 입으로 꺼내기 힘든 말이다.
비는 예외다. 솔직한 것이 죄라면 죄다. 남들은 마음 속 말로만 그치는 나르시시즘을 숨기지 않는다. 자칫 밉보이면 허세다.
솔직함에도 과유불급은 적용된다. “흥행보다 레인(Rain=비)이라는 이름을 미국에 알리는 것에 의미를 둔다”는 발언들은 위험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다. 흥행 실패에 따른 비난을 미리 차단하려는 자기방어를 계산했다면, 구차한 변명이다.
비는 미디어와의 단체 인터뷰에서 “영화가 되든 안 되든 나만 살자 이런 생각이 있었다. 흥행을 하든 안 하든 기록에는 남아있을 법한 영화에 출연을 하는 거니까”라고 했다. 워쇼스키 형제가 같이 있었다면, 과연 동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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