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부장 서윤배
부채가 130조원에 이르고 연내 갚아야할 돈만 13조원이 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남 진주 이전을 앞두고 35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신사옥을 짓는다고 한다.
호화청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성남시 청사 건설비의 2배가 넘는 돈을 신사옥 건립에 쓰기로 해 주인 없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H는 하반기 건설경기 살리기에 8조7천억원어치의 공사를 발주하겠다고 밝히면서 신청사 건립비용을 끼워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LH가 호화청사 건립에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 '건설경기 살리기'를 내세워 호화청사 건립사실을 숨긴 셈이다. LH는 진주 혁신도시에 지하 2층, 지상 20층 규모의 신사옥을 지을 예정이다. 부지면적은 9만㎡, 연면적은 13만㎡(3만9325평)로 현재 경기 성남 분당 사옥(7만2011㎡)의 두배 규모다. 면적은 크게 늘지만 사용하는 직원은 1400여명으로 현재와 비슷하다. 진주 신사옥은 업무시설, 회의시설 등 사무시설 뿐 아니라 헬스장, 수영장, 체육관 등도 들어선다. 옥외에는 인조잔디 축구장, 농구장 등도 지을 예정이다.
서울에서도 초호화 빌딩을 지을 수 있는 비용을 지방에 쏟아내는 데다 1400여명이 사용하는 건물 건축비로는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이 그 이유다. 특히 LH가 130조원이나 되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호화청사를 건립하는게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예산을 줄여도 임대주택 보급 등 서민주거 안정에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막대한 예산을 청사건립에 쏟아부을 이유가 없다. LH는 공사비를 현재 사용 중인 성남 분당 사옥(4000억원)과 오리사옥(4000억원)을 매각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로 구매자가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LH측은 건물이 매각되지 않더라도 2014년 말까지는 반드시 이전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1년 예산 일부를 전용하고 국민주택기금 차입,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주택 건설 등에 사용될 예산을 빼돌리고 빚을 내서라도 호화 사옥를 짓겠다는 것이다. LH는 총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0조원이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돈이 약 13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안에 13조를 다 갚으려면 회사채 발행해 돈을 빌려와 빚을 갚아야 할 상황이다. 빚이 이미 130조가 넘는 LH가 지방에 추가로 빚을 내 새 사옥을 짓는 것은 과도한 면이 있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공기업이 되겠다는 말의 진정성을 느끼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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