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다음에 해야 할 일
상태바
안철수가 다음에 해야 할 일
  • 전북연합신문
  • 승인 2011.09.08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린양 한 마리가 울타리 바깥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그것을 본 늑대가 양을 잡아먹을 핑계거리를 찾기로 했다. 늑대가 양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물었다. "이봐, 작년에 나를 놀린 게 너였지?" 그러자 어린양은 "아뇨, 작년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는걸요."

그러자 늑대는 이렇게 말했다. "내 풀밭에서 풀을 다 뜯어 먹었잖아?" 그러나 어린양은 "아니에요, 아직 풀이라고는 먹어본 적이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늑대가 다시 물었다. "내 우물에서 물을 마셨던 게 분명 너잖아?" 그러나 어린양은 아직 엄마 젖을 먹기 때문에 물이라곤 마셔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늑대는 어린양을 먹어치우기로 작정하고 이렇게 말했다. "좋아! 아무리 네 말이 옳다고 해도 내가 저녁을 굶을 순 없지!"

'늑대와 어린양'이라는 이야기로 천적관계에서 힘없는 자가 힘있는 자에게 어떻게 희생되는가를 잘 보여주는 이솝우화다.

■사실과 진실-곽노현과 박명기 그리고 검찰

지난 해 6·2 지방선거에 서울특별시 교육감에 곽노현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에 교육감 후보로 나선이 중에 박명기 후보가 있었다. 둘은 곽 후보로 단일화 했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검찰은 두 후보 간 단일화 과정에서 금품이 오고갔고 증거를 확보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체포됐거나 검찰에서 조사 중이다.

곽 후보는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며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주민투표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보안 속에서 수사를 자제했고, 공소시효가 임박해 투표가 끝나 수사를 시작했을 뿐 보복수사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면 이 사건을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선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볼 필요가 있다. 곽 교육감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무상급식과 관련해 의견이 달랐다.

오 시장은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문제를 주민투표에 붙였고, 이를 지난 8월24일 실시한 결과 유효투표율 미달로 주민투표는 무산됐다.

이 결과 오 시장은 약속대로 시장에서 물러났고, 한나라당은 주요 기관장 하나를 잃게 됐다. 이때 곽 교육감 사태가 터졌다. 왜 하필 지금일까! 시간이 지나면 사실이 밝혀지겠지만 사실과 진실의 함수관계가 절묘하다.

■안철수와 박원순 그리고...

오세훈 시장이 물러나자 차기 서울시장을 두고 보궐선거에 여야를 비롯해서 무소속까지 많은 후보들이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교수가 36.7%의 지지율을 보여 2위와는 두 배가 넘는 차이를 나타내 월등한 것으로 조사(국민일보, GH코리아)됐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술렁거렸고, 안 교수를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대로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 당선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그러나 안 교수는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면담 후,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 후보에 적격이라고 생각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순식간에 정국이 또 이상해졌다. 선거는 한 달여 남았고, 박 변호사는 낮은 지지율 때문에 야권후보 단일화 등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문제는 선거 후다. 곽노현 후보와 박명기 후보의 표면적인 단일화의 이유는 무시되고, 이면적인 합의가 있었고 이에 따라 금품이 오고갔다며 둘을 검찰에 불러 들였다.

현재로선 아무도 진실을 알 수 없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에게 신망을 받고 있는 안철수, 박원순 두 사람이 형식적으로는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대선과 총선이 멀지만은 않다. 안 교수는 위 사태를 보면서, 또 이솝의 지혜를 통해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박 변호사는 두 사람이 아름다운 합의를 했다고 밝혔으나 검찰은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면담 장소에 검찰이 참석하지 않았으니 여지(?)는 있다. 만약 소환한다면 검찰은 박 변호사가 안 교수에게 무엇을 주었다는 핑계를 찾을 수 있을까? 돈이라면 안 교수가 더 많을 것인데...하긴 핑계를 찾으려면 돈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울타리를 나온 어린양은 결국 늑대의 저녁식사거리가 됐다. 안 교수와 박 변호사는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