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교시 추리영역'청소년만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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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교시 추리영역'청소년만 볼 것
  • 투데이안
  • 승인 2009.08.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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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교시 추리영역’(감독 이상용·제작 스웨이엔터테인먼트)은 배경부터 10대를 겨냥한 영화다. 반드시 청소년만 봐야 한다. 성인은 화가 날 수도 있다.


지난해 독과점 공포물로 흥행에 성공한 ‘고사: 피의 중간고사’를 잘못 보고 배웠다. 공포, 추리물이 넘쳐나는 올 여름 극장가에서 이런 허무맹랑한 학원 추리물이 통할리 만무하다. 어린이용 추리만화 ‘명탐정 코난’보다도 수준이 떨어진다. 안일하기 짝이 없다.

이유 없이 학교에서 살인이 벌어진다. 제한된 시간 내에 범인을 찾아야 한다는 핵심 설정에도 딱히 이유는 없다. ‘여름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을 불러모으자’는 기획 의도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듯하다.

4교시 체육 시간에 흉기 난자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살해된 친구와 최근 다툼이 있었고, 주번이라 운동장에 나가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정훈’(유승호)이 유력한 용의자로 부상한다. 이 학급의 미스터리녀 ‘다정’(강소라)의 등장은 4교시를 갑자기 추리영역으로 만들어 버린다.

다정은 온갖 추리물과 범죄 서적을 독파한 신비한 인물로 설정된다. 얼굴을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나와 별명은 ‘커튼녀’다. 코와 입만 내밀고 초반에 요상한 행동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억지 설정임을 간파할 수 있다. 미스터리하게 보이기 위해 쳐 놓은 신비주의 전략이 커튼으로 형상화했다.

제한된 시간 안에 범인을 찾기 위해 정훈과 다정은 추리를 시작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일 것이라는 추리로 교사를 지목하고, 곧장 교무실로 달려가 증거물을 압수한다. 추리가 아니다. 추측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나름대로의 반전은 존재한다. 반전을 이끄는 추리는 더 기가 막힌다. 범행 현장에 떨어진 물건 하나로 범인을 찾아버렸다. 결과론적으로는 추리지만, 과정을 보면 추측에 가까운 범인 색출이다. 소 뒷걸음 치다 쥐 잡은 격으로 주인공들은 성근 퍼즐을 완성한다.

허술한 추리, 느슨한 긴장감을 대체하고자 주인공들은 달리고 또 달린다. 보는 이를 지치게 만들 지경이다. 추리로 채우지 못하는 러닝타임 중간중간에 코믹한 양념이 뿌려진다. 주인공들의 러브 라인은 10대 로맨스물의 전형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이런 회의감이 밀려올 수 있다. ‘범인은 왜 굳이 학교에서 살인한 걸까….’ 답변은 간단하다. 이 영화는 청소년 전용이기 때문이다. 훈훈한 ‘국민 남동생’ 유승호를 정면에 내세운 것도 소녀들을 불러 모으려는 마케팅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인공들은 로또복권을 사도 좋다. 이런 푸수수한 추리가 맞아 떨어지는 것은 로또 1등 당첨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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