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디한 이야기 전개의 긴박감 ‘닥터 프리즈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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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디한 이야기 전개의 긴박감 ‘닥터 프리즈너’
  • 장세진
  • 승인 2019.05.2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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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같은 32부(옛 16부)작 수목드라마인데도 KBS ‘닥터 프리즈너’는 수요일인 5월 15일, MBC ‘더 뱅커’는 목요일인 5월 16일 종영했다. 매주 수ㆍ목 밤 10시부터 전파를 타는 드라마이니 ‘더 뱅커’ 종영이 정상이다. 바꿔 말해 ‘닥터 프리즈너’의 수요일 밤 종영은 비정상적이란 얘기다. 5월 2일 느닷없는 결방이 그 이유다.
‘닥터 프리즈너’ 결방 덕분에 SBS ‘빅이슈’를 본방사수할 수 있었지만, 생각해볼 것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34부로 연장된 걸 보았는데, 정작 5월 16일 밤엔 ‘스페셜 굿바이 닥터 프리즈너’를 방송한 ‘고무줄 편성’이 그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연장 방송이 취소되고, 촬영 이야기라든가 배우들 인터뷰의 ‘스페셜 굿바이 닥터 프리즈너’를 대신 내보낸 것이다. 
인기 드라마의 연장 방송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글쎄, 그것이 취소된 경우는 35년 넘게 방송평론을 하면서 거의 본 일이 없지 싶다. 방송사 멋대로 연장했다가 취소해버리는 건 시청자 우롱에 다름 아니다. 축구중계 등도 아닌 ‘압축판 닥터 프리즈너’ 방송으로 결방하고, ‘스페셜 굿바이 닥터 프리즈너’를 내보낸 것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3월 20일 첫 방송한 ‘닥터 프리즈너’는 8.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의 범상치 않은 시청률을 보였다. 아니나다를까 2회에서 9.8%로 오르더니 이후 종영까지 한 번도 두 자릿 수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최종회 15.8%는 최고 시청률이기도 하다. ‘스페셜 굿바이 닥터 프리즈너’에 의하면 ‘시청률 대박’의 ‘닥터 프리즈너’다.
최종회 시청률 22.7%를 찍은 전작 ‘왜그래 풍상씨’에 미치진 못하지만, 연이어 홈런을 날린 KBS 수목드라마라 할까. 이미 2주 전 시작한 SBS ‘빅이슈’를 본방사수하면서도 ‘닥터 프리즈너’를 보게된 이유다. 전문 의학용어에 관심이 없고 수술 장면 따위도 보기 싫어 의학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 기세에 끌리게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닥터 프리즈너’는 전과 17범 아버지를 둔 의사 나이제(남궁민)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되면서 전임 선민식(김병철), 태강그룹 본부장 이재준(최원영)과 한판 승부를 펼치는 이야기다. ‘스페셜 굿바이 닥터 프리즈너’를 보면 어느 시청자가 ‘KBS스럽지 않은 드라마’라고 말한다. 황인혁 피디 역시 새로운 장르물 도전이라 말한다. 그만큼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란 얘기다.
 ‘스페셜 굿바이 닥터 프리즈너’에선 시청률 대박 요인으로 6가지를 내세운다. 탁월한 연출력, 탄탄한 대본, 3인 3색 불꽃연기 대결, 압도적인 영상미, 미친 존재감 캐릭터 열연, 세 남자들의 물고 물리는 수 싸움 등이다. 일부 비슷한 내용이거나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첫 방송에서 재벌 악행과 두 건의 교통사고로 아주 ‘세게’ 출발해 시청자 시선을 잡은 건 맞다.
일개 교도소 의료과장 자릴 두고 벌어지는 암투 등 이야기 축이 다소 의아스럽지만, 거기에 얽힌 재벌의 감춰진 온갖 악행의 민낯과 공권력과의 유착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긴박감 넘친 전개가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기도 한다. 그 점에서 탁월한 연출력이 높은 시청률 견인의 일등공신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가령 15회를 보자. 감찰국 조사를 받고 있던 선민식은 풀려난 적이 없는데, 다음 장면에서 교도소로 들이닥치고 있다. 이재준은 선민식과 얘기하다 바로 한소금(권나라) 앞에 나타나기도 한다. 태강그룹 본부장 이재준이 회사 일 하는 모습이 없는 것도 의아하다.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의 긴박감이 놓친 헐거운 구성의 미진한 디테일이라 할까.
교도소 의료과장을 태강그룹 본부장이 결정하는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선민식은 22년 넘게 의료과장을 했다고 말해 그 직이 공무원 신분인지 헷갈리게 한다. 이임한 선민식이 교도소에 계속 드나드는 것도 그렇다. 설마 그런 연출까지 시작 화면 자막에서 밝힌 ‘허구의 상상에 의한 드라마’여서 그런 것은 아닐 터이다.
그 연장선에서 때와 곳이 표기되지 않은 정기이사회 플래카드, 수감중인 이재준이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 장면 등도 지적될 수 있다. “마지막 불꼬슬(불꽃을→불꼬츨)”이라든가 한빛(려운)을 ‘한비다(한빛아→한비차)’로 부르는 등 발음상 오류도 피해가지 못했다. 이재준 자해 소식을 들은 나이제가 “그냥 놔두라” 말하는 결말 역시 주제의식과 관련, 좀 아니지 싶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죽음으로 이어지기 십상인 병을 무기화하고 있는 점이다. 병을 만들어 형집행정지를 받아내는 일이 실제로 있는지 여부를 떠나 의사로서의 윤리 부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해서다. 나이제가 걸핏하면 상대에게 주사기를 꽂는 것도 그렇지만, 의사도 아닌 이재준까지 아버지와 배다른 동생 이재환(박은석)에게 그런 짓을 하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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