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논란 국민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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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논란 국민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
  • 장세진
  • 승인 2019.03.2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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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진(방송·영화·문학평론가)
지난 주 KBS는 두 편의 드라마를 종영했다. 이미 살펴본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와 주말극 ‘하나뿐인 내편’이다. 2018년 9월 15일 시작하여 3월 17일 끝났으니 장장 6개월간의 대장정이다. 원래 100부(옛 50부)작이었으나 인기에 힘입어 106부작으로 끝났다. 같은 연장방송이었으나 SBS ‘황후의 품격’처럼 주인공 그 누구도 이탈하는 그런 불상사는 없었다.
 ‘하나뿐인 내편’은 시청률 21.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같음.)로 출발했다. 17.2% 등 10%대로 떨어진 적이 두 번 있지만, 최종회 시청률은 무려 48.9%를 찍었다. 최고 시청률은 49.4%(102회, 3월 10일)다. 이후 꿈의 시청률이라는 50%를 기록할지 언론(신문)의 관심이 집중된 것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최종회 결과라 할 수 있다.
어쨌거나 KBS 주말극 불패신화는 이번에도 이어졌다. 아니 오히려 최고 시청률 45.1%를 기록한 전작 ‘같이 살래요’보다 높은 인기를 누렸다해도 시비할 사람이 없게 되었다. “요즘 국민 두 명중 한 명이 본다는 한 드라마”(서울신문, 2019.3.13.)인 셈이다. 타방송사 뉴스 시간과 겹치는데도 매번 KBS 주말극을 애써 챙겨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연기자라면 KBS 주말극에 캐스팅되는 걸 간절히 소망할 법하다. 일약 스타 연기자로 뜨는 지름길이 KBS 주말극 출연이 라서다. ‘황금빛 내 인생’의 신혜선을 이미 말한 바 있는데, 유이(김도란 역)도 그런 경우다.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유이는 2009년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올랐던 MBC ‘선덕여왕’에서 미실(고현정)의 어린 역을 처음 연기했다.
이후 유이는 많은 드라마에 출연, 연기자로서 경력을 쌓아갔다. MBC ‘불야성’(2016~2017)과 ‘데릴남편 오작두’(2018년)에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를 보았는데, 그러나 시청률은 별로였다. 특히 내 이름과 같은 세진을 연기한 ‘불야성’은 4%대에 머물렀다. 아무리 평일 드라마라 해도 실패나 다름없는 시청률이다. 그랬던 유이였으니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들지 않겠는가?
신데렐라가 된 유이말고 차화연(오은영 역)과 임예진(소양자 역) 연기가 기억에 남기도 한다. 대기업 회장 사모님 같지 않은 다소 ‘푼수’인 은영을 차화연외 다른 어떤 여배우가 제대로 소화해냈을지 궁금할 정도다. 과거 하이틴 스타로 이름을 날린 임예진이 ‘그래 그런거야’(2016년)보다 더 톡 튀는 캐릭터로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으니 세월 무상이라 할까.   
‘하나뿐인 내편’은 28년 옥살이후 가석방된 살인범 강수일(최수종)이 딸 도란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5년 만에 드라마 복귀한 최수종이 연기한 살인범과 그의 딸이 주인공이라 어떤 결말일지 처음부터 궁금증을 갖게 했는데, 결국 그것이 시청률 50% 가까운 높은 인기의 견인차가 되지 않았는가 싶다.
살인자에 대한 피해자 가족과 사회 일반의 차가운 시선이 적나라하게 그려진 것도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환자로선 죽고 사는 문제인 치매를 순간순간 극적 활기로 도구화한게 좀 걸리긴 한다. 그럴망정 한편으론 기발하면서도 참신한 상상력 전개로 보인다. 살인자의 딸 도란이 재벌가 며느리로 우뚝 설 수 있는게 박금병(정재순) 치매증상시 찾는 명희라 가능했으니까.
어디 그뿐인가. 결말부에선 전 남편 왕대륙(이장우)과 이태풍(송원석)이 도란을 두고 다투기까지 한다. 그들 모두 재벌 2세들이다. 살인자 딸이라는 누명이 벗겨진 상태지만, 그러기 전부터 이미 그랬으니 그야말로 사이다 반전이다. 시종 온갖 나쁜 짓을 다해온 장다야(윤진이)가 자신을 곤경에서 구해준 도란에게 울먹인 채 “형님하며” 어깨에 기대는 장면 역시 그렇다. 
일부 막장 드라마 논란이 있지만, ‘황후의 품격’에 비하면 ‘하나뿐인 내편’은 그야말로 양반에 속한다. 막장 드라마는,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 규정에 의하면 “보통 사람의 상식과 도덕적 기준으로는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의 드라마.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 불륜,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인 소재로 구성”된다.
 ‘하나뿐인 내편’도 말 안 되는 내용 천지이긴 하지만, 이 규정대로라면 과거 ‘TV문학관’이나 ‘전원일기’ 정도 빼곤 막장 드라마 아닌게 없지 싶다. 그보다는 얼른 납득 안되거나 그런가 보다며 빠져들 수 없는 여러 장면이 불만스럽다. 가령 처음 보는 대륙에게 일부러 추돌사고 냈다며 항변하는 도란이 그렇다. 생선장수가 알바생 도란의 연락처를 모른다는 것도 아니지 싶다.
멀쩡한 금병네 운전기사인 수일이 과일가게 알바를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륙과 도란의 결혼식날 이미 신랑은 하객들 인사를 받고 있는데, 신부는 그제서야 강기사 차로 식장에 도착하고 있는 장면도 그렇다. 아마도 결혼식날 신부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친정 아버지 모습을 대신하려한 듯한데, 말이 되는지 묻고 싶다.
국민 드라마라는 평가가 무색할 발음상 오류도 어처구니없다. 주인공 수일은 ‘비즐(빚을)’로 온전히 발음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사채업자는 “비슬 졌으면”(17회, 2018년 10월 13일)이라 말한다. ‘깨끄시’라 발음해야 할 ‘깨끗이’를 “깨끄치 떨어져”(39회, 2018년 11월 18일), “가게 깨끄치 청소하고”(90회, 2월 17일)라 말해 시청자 이맛살을 찌뿌리게 한다.
NG라 할 오류도 거슬린다. 가령 김미란(나혜미)이 “언니 바람났나봐”(35회, 2018년 11월 11일) 하는데, 명백한 잘못이다. 처녀가 연애하는 걸 그렇게 표현하지 않으니까. 미란이 언니인 도란을 향해 “도란이 형님”(87회, 2월 16일)이라 호칭하는 것도 의아하다. 스폰서가 줄줄이 사탕인 KBS 주말극에 편법의 중간광고가 처음 도입돼 불편을 준 점 역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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